구기자의 세상만사

박완서 1931~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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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충모 작성일21-01-22 11:14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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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기자협회=구충모 기자] "돌아 가셨다"는 말은 그 분이 살아오신 길을 되돌아 가셨다는 말이다. '문득 멈추면 보이는 것들'은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정물' 처럼 보여 준다. 


한국 현대문학사의 거목 박완서 작가는 2011년 1월 11일 토요일 새벽 80의 나이로 홀연히 돌아가셨다. 담낭암 진단을 받고 수술 후 회복되는 듯 했으나 끝내 눈을 감았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던 박완서 작가는 80이 되어서도 한창 성장하는 20의 소녀다운 아름다운 감성으로 살았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현역작가로 살았던 그녀는 '스타작가'로 문단데뷔 이후 41주년 기념 수필집을 냈고 문학상 심사 등으로 우리에게는 늘 곁에 있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이웃집 할머니로 기억된다. 


집안 일 뿐만 아니라 육아 등 질곡의 현대사를 은근하게 살아냈던 박완서 작가는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으며' 소녀 같은 수줍은 미소와 여전한 너그러움으로 앞마당을 가꾸는 여유로움으로 말년을 살았다.


소설이 뭔지도 모르고 소설부터 썻다고 수줍어 겸손해한던 우리시대의 작가 박완서는 못난이들과도 잘 어울려 보잘 것 없는 밑바닥 이야기를 작품으로 완성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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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문리대 입학하던 해 6.25전쟁을 만나 오빠와 숙부를 잃었고 '처녀시절 가장 빛나야 할 푸른 청춘을 어렵게 보냈다. 국문과를 졸업하고도 일할 기회를 찿던 박완서는 미군 PX근무를 위해 영문과 재학중으로 속이고 초상화부에 배치되어 박수근을 만나게 된다.


생전의 가난이 억울했지만 어떻게 살아왔던가를 남기고 싶었다. 미군부대 PX에서 박수근을 만나 그의 전기를 쓰려고 하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게 '나목'이다. '나목'이라는 이름의 픽션 아닌 넌픽션 '장편소설'이 '여성동아' 소설 부문에 당선되어 40의 나이에 일약 스타작가 - 소설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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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평생을 살며 눌러 놓았던 수다와 잡담 그리고 눈물과 웃음, 비명과 신음 염불 주정 그야말로 우리 시대의 여류작가 박완서의 창작력은 살아있는 신내림 신들림 '신의 한수'들이었다.


황해도 개풍 출신의 박완서 작가에게 분단은 '부성부재'의 '목마름'으로 1976년 '카메라와 워커' '엄마의 말뚝'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1981년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1995년과 같은 주제로 가혹한 삶을 소설로 풀어 냈다.


작가의 이런 고통과 배경에서 생채기로 남은 상처를 소설로 빚어 남편과 아들을 머저 보내야 했던 "원점 같은 악몽"은 오랜 시간을 두고 독자들에게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전쟁의 상처'로 소설가가 된 박완서 작가의 딸 호원숙(67)은 "만두를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고 했다. 한창 먹성이 좋을 떄 "남동생은 특히 만두를 좋아해 스물 다섯개를 먹었다"고 자랑하며 엄마 손으로 만든 만두라면 더 먹을 수 있다고 했던 추억이 있다. 


죄와 벌 ,전쟁과 평화 같은 고전의 곁에 늘 음식에 관한 요리책을 나란히 두고 치맛자락에 음식맛이 늘 베어있을 정도로 '주부'였던 작가를 회상했다. 


소설가 박완서 작가는 1953년 같은 직장에서 만난 호영진과 결혼해서 다섯 명의 아이를 낳은 후 마흔에 등단한 늦깍이다. 박원순 작가의 상속녀이자 문학사적으로도 산 증인인 호원숙 작가는 최근 박완서 10주기를 맞아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세미콜론 간행)이란 에세이(수필집)을 냈다. 


박완서 10주기를 기리는 에세이 '35편'이 "모래알 만한 진실이라도" (문학세계사) "산이 정말 거기 있을까" (웅진지식하우스) 단편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문학과지성사) 마지막 장편 "그 남자네 집"(현대문학) 등 개정판이 출간되어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았던 질곡의 세월을 문학의 향기로 음미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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