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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 류호정 의원의 빨간 원피스 “왜 입었는 지 알기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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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희 작성일20-08-13 02:56 조회11,1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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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호정 의원,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복장은 복장일 뿐, 복장 논하고 싶으면 더 깊숙히 물어봐야...  


[전국기자협회=곽중희 기자] 최근 한 국회의원의 복장이 세간에 화제가 됐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빨간 원피스였다.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먼저는 흥미 위주로 쌓아놓은 다수 언론의 보도에 물개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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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호정 의원, 류호정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류 의원의 복장 관련 보도를 통해 언론이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수 기자가 속한 한국기자협회는 관련 보도들을 “이슈 편승, 클릭수를 위한 흥미위주의 보도가 쏟아졌다”며 다소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류 의원의 복장은 국회에 맞지 않는 복장이다’ ‘치마가 너무 짧았다’ ‘국회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일이다’는 부정적 시선과 ‘권위주의를 깨 준 것에 감사하다’ ’일에 대해 평해야지 옷차림을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남에 옷차림에 왜 이렇게 관심이 많냐‘ 등 다양한 시선이 공존했다. 


기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정말 류 의원의 복장에 관심이 있었다면 언론이 조금 더 복장의 의미와 영향을 깊게 다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고. 얼마 전 직장 내 옷차림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해당 기사에서는 복장에 대한 가치판단은 하지 않았다. 자칫하면 세대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사실 어떤 ‘복장 자체’가 ‘옳다, 그르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본다. 복장은 사람의 몸에 걸치는 하나의 보호막이자 '자아'와 '개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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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논란이 됐던 류호정 의원이 입었던 원피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류 의원이 복장이 논란이 된 이유는, 류 의원의 직장이 정치적 담론과 결정이 이뤄지는 권위의 상징인 ‘국회’이기 때문이다. 국회라는 장소의 권위를 복장과 연관 지었던 사람이라면 그 복장이 익숙하지 않기에 불편하다고 느꼈을 것이고, 아니라면 그렇지 않았을 테니. 


다만 복장과 ‘예의’를 직접적으로 연결 짓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만약 류 의원이 부스스하게 정돈되지 않은 머리에 시간이 늦어 급하게 슬리퍼를 끌고 나왔다면 그건 얘기가 달라진다. 정돈되지 않은 것과 정돈된 자유로움에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 류 의원도 당일 해당 복장을 선택한 본인만의 이유와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양복을 입는 직장인이라고 다 정돈된 마음으로 정성껏 셔츠를 다려 출근을 하지는 않는다. 전날 힘들게 야근을 하거나, 회식 때문에 뻗었다가 그냥 대충 넥타이만 들러 매고 다시 출근하는 경우도 많다. 이건 직장에 대한 예의가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특정 복장과 ‘예의’를 무조건 연결시킬 수는 없다.  


정말 류 의원이 빨간 원피스를 입은 이유가 궁금하거나 해당 복장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면, 가서 그의 패션 스타일과 복장에 대한 생각도 들어봤어야 했다. 또한 그 복장이 기존의 국회의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왜 그런 지에 대해서도 애기를 나누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서 복장 자체만 두고 왈가왈부 할 필요는 없다. 국회는 패션위크가 아니라 나라의 입법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이다.  


복장 논란은 복장 자체가 아니라, 그 복장에 대한 인식과 생각에서 비롯된다. 


과연,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이들이 양복의 의미에 대해 얼마나 고민해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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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라디오 '최강시사' 캡처) 


한편 류 의원은 KBS 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해당 논란에 대해 “왜냐하면 너무 딱딱한 곳이고 검은 정장 그리고 넥타이로만 상징되는 그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이 문화 관행을 좀 깨보자고 생각했지만 그렇게까지 논란이 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류호정 의원의 빨간 원피스 소동을 생각하고 쓴 ‘시(詩)’>


출근하는데 딸이 빨간 원피스를 입고 나가길래 

너무 잘 어울려서 “오늘 우리 딸 최고로 멋져”라고 해줬다.


퇴근하는데 딸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들어오길래

“왜 딸 무슨 일 있어?” 물으니 “아니야 아무것도”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뉴스를 보는데 헛웃음이 나왔다. 


“지들은 양복을 권위라고 입나.

안 입으면 욕먹으니까 입고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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