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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 김연진 작가 개인전 '콩글리쉬' 예측할 수 없는 존재들과의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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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희 작성일20-08-11 00:09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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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진 작가의 멀티디시플리너리 전시 '콩글리쉬'

8월 22일까지 서울 연희동 '플레이스막2'에서 열려


[전국기자협회=곽중희 기자] 


근래에 인류가 맞이한 바이러스와 이상 기후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지와 무자비함이 가져온 결과다.


인간은 예측할 수 없는 존재를 두려워한다. 이번 전시를 연 '김연진 작가'​는 드로잉과 드로잉 애니메이션을 통해 자연과 현상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새로운 장소에서 맞이한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편함과 생소함에 주목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일상과 자연 속에서 느끼는 우리의 불안은 어디로부터 오는 걸까. 


▲김연진 작가의 멀티디시플리너리 전시 '콩글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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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막2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김연진(Yeon Jin Kim) 멀티디시플리너 작가의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이다. '콩글리쉬'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텍스타일, 교과 시리즈, 드로잉, 애니메이션 그리고 단편영화를 아우르는 종합 예술 전시다. 서울 출신인 작가는 15년 전 미국으로 이주, 작업을 하며 미국의 페어리 디킨슨, 뉴욕주립대학에서 강의를 해왔다.


이 전시는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플레이스막2'에서 8월 22일까지 (매주 수~일요일, 오후 12~19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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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으로 가는 길, 어김없이 비가 오고 있었다. 2주째 쏟아진 장맛비는 유난히 길고 강하다. 마치 하늘에 누군가 울고 있는 듯 이번 비는 유난히도 더 그렇다. 전시장 내부는 조용했다. 바이러스에 장마까지 겹쳐 전시장에는 사람이 더욱 줄었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 전시가 열리는 이유는 작가와 작가의 마음이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조각보 시리즈, 서정의 향연을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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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품 '플라스틱 조각보' 시리즈, 비닐봉지, 김연진 작가) 


파스텔 톤의 조각보, 현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모양이다. 파스텔 색깔의 이어 붙인 조각보들이 서정감을 불러일으켰다. 어릴 적 할아버지 댁에서 봤던 솜 이불천을 닮았다. 얕은 안목으로 패션 상품의 디자인으로 써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작품에 담긴 작가의 추억은 그것과 거리가 멀다. 꾸임 없이 이어붙인 형형색색의 조각보가 참 아름답다. 


전시 측은 "작가는 어린 시절에 한복 집을 하는 큰 어머니가 작가의 가족에게 선물한 조각보를 처음 접한다. 그 조각보의 고유한 아름다운에 영향을 받은 작가는 뉴욕과 서울에서 수집한 비닐봉지를 실로 꿰매는 조각보의 전통을 업데이트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한국의 조각보와 다른 문화권에서 퀼트의 공통점은 조각천을 재활용해 재창조하는 것이지만 차이점은 한국 조각보의 디자인과 구성은 즉흥적이고 패턴이 자유로운 데 있다. '플라스틱 조각보'는 그러한 디자인과 작가의 큰어머니의 바느질을 오마주한 시리즈"라고 설명한다. 


▲억압된 시대의 내러티브, 교과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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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교련, MP-3 Player, 김연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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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정1, 돋보기로 태움, 김연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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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민교육현장_가사 교과서의 일부 컷, 아웃 레이스, 김연진 작가) 


작가의 옛 중고등학교 시절의 교과서,  그 시절 교과서는 배움의 전부였다. 오직 그 안에서 사실을 찾으려 했고, 그 안에만 답이 있었다. 물론 교과서는 시대를 거듭하며 계속 바뀌어 갔다. 사교육이 늘어나면서 교과서의 의미도 점저 퇴색돼 갔다. 요즘 학생들은 어떤 교과서로 공부를 하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작가는 당시 사회의 시대적 상황을 내러티브 했다. 가사 교과서에는 성 역할의 분할을, 교련 교과서에 담긴 정치적 선동과 전시 상황에서의 성 역할 분할이 담겨있다.


전시 측은 "작가의 외부적 시선은 '교과서' 시리즈에서도 볼 수 있다. 작가가 중, 고등학교 시절 공부한 가정, 가사는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부장적이고 사회에서 억압적인 여성의 역할을 강조, 강화하고, 교련은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전시 중 여성의 역할을 남성과 가정을 보살피고 간호하는데 한정시켰다. '가사'와 모든 교과서에 수록됐던 '국민교육 현장'에서 작가는 레이스 패턴을 이용해 독재 정부가 만들어낸 주입식 내러티브를 해체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낯선 존재 그리고 두려움과 불안, Ghost in the Yellow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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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host in the Yellow House, 싱글채널 비디오, 김연진 작가)  


Ghost in the Yellow House 영상 링크 

https://blog.naver.com/rhkrwndgml/222057016896 

http://blog.naver.com/rhkrwndgml/222057016896 

http://blog.naver.com/rhkrwndgml/222057016896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마치 한 편의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 미지의 존재에게서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감. 영상 속의 시선은 타국의 유령처럼 느껴진다. 앞서 말했듯 우리 인간이 보이지 않는 존재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두려움과 불안은 내면에서부터 생기는데, 그 내면조차 내 눈에는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전시 측은 "김연진 작가의 이민자로서 관점은 내러티브 비디오에서 다른 방식으로 재생된다. 내러티브 비디오는 스크롤 드로잉과 종이 등으로 만들어진 정교한 미니어처 모델을 배경으로 다양한 로우-테크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촬영된다. (중략) 내러티브 비디오 'Ghost in the Yellow House'는 작가의 미국으로 이민 간 사촌이 직접 겪은 실화를 극화한 작품이다. 주인공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느끼는 언어 장벽과 소외감은 백인 여성 형태의 유령에 의해 더욱 심화되고 주인공의 아메리칸드림 또한 산산조각 나게 된다"고 설명한다. 


▲통제할 수 없는 자연에 대한 알 수 없는 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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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henomenon(현상), 종이 위에 혼합매체, 김연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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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nima 1, 비디오 인스톨레이션(아래)과 linkings_멀티채널 드로잉 애니메이션(위), 김연진 작가)


전시 측은 "전시에 포함된 드로잉과 드로잉 애니메이션은 작가의 자연과 현상에 관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서울의 도시환경에서 자란 작가는 미국의 많은 곳을 여행하면서 경험하게 된 자연이 주는 불편함과 생소함에 주목했다. 작가의 드로잉 시리즈 'Phenomenon(현상)'과 Inklings', 두 편의 애니메이션은 자연이 주는 불확실성과 알 수 없는 존재의 통제할 수 없는 빠른 번식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자연 안에 갇혀 사는 개인의 분열과 혼란함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걸까. 자신도 모르게 사는 현실을 반영하게 되는 것이 예술인가. 아니면, 그 현실을 완전히 넘어서 새로운 이상을 꿈꾸는 게 예술인가. 답은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영감의 끝에서 탄생한 그것이 바로 예술의 진정한 맛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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